Page 8 - Thursday Colu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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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밭
어느날 저녁에 산책을 하고 마지막 코너를 도는데, 나무 가지 사이로 보름달이 보였다.
달이 둥글고 밝아 추석임을 알았다. 형제들은 한국에 있고 자녀들은 멀리 떨어져 살아
명절이 되어도 예전처럼 즐겁지 않으나, 저멀리 하늘에 환하게 떠있는 보름달을 처다보며
향수에 젖었다.
윤동주는 멀리 이국 땅에서 가을 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며 많은 어릴적 추억에 잠겼다.
그는 “별 헤는 밤” 에서 고향에 계신 어머니, 소학교 때의 친구들, 가난한 이웃들,
집에서 기르던 동물들과 즐겨 읽었던 ‘프란시스 잼’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들을
회상했다. 그리고 추운 겨울이 지나 희망의 새 봄을 기다린다.
뉴욕 근교에는 사과밭이 많아
가을에 가족과 함께 사과밭을 찾는
이들이 많다. 지난주 딸 가정과
함께 사과밭(Blue Jay Orchard,
커네티컷 주)에 다녀왔다. Hwy
95 에서 Rt. 7 N 를 타고 45 분을
달렸다. 언덕과 산에 나무들이
울창하며 길이 구불구불하고 주변의
경치가 아름다웠다. 뉴욕 근교에
이런 한가하고 넓은 숲이 있다는
것이 놀라왔다.
이번에 들렀던 사과밭은
나무가 9 천 그루나 되는 꽤 넓은
농장이다. 길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사과밭이 있고, 사과나무가 열을 지어 빼곡히 들어서 있다. 농장 한 구석에 팜킨 밭이
있는데, 노란 호박들이 풍성하여 가을의 정취를 더욱 느끼게 했다.
사과 농장에서는 사과를 따는 일이 가장 즐겁다. 나무 가지에 달려 있는 사과들을
발을 돋우고 손으로 따는 재미가 크다. 옆 가지에 있는 사과가 더 커보여 이것도 저것도
따다보면 시간이 가는 줄 모른다. 그 자리에서 먹을 만큼 사과를 따서 먹을 수 있는 것도
기쁘다. 나는 보통 때는 사과 한개를 겨우 먹는데, 농장 사과는 신선하고 맛이있고 달아
두어개 먹었다. 손자 (4 살) 손녀(1 살 반)들도 손에 사과를 들고 베어 먹으며 사과
따는 재미에 푹빠져 오전 한 때를 보냈다. 집에 가져올 사과는 돈을 지불하고 얻은
봉투에 담았다.
농장에서 아이들과 헤이 라이드를 타는 것도 즐거웠다. 머리가 백발인 할아버지가
운전하는 트럭을 타고 농장 곳곳에 세워진 안내판들을 보며 농장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
사과는 씨가 5 개이며 나무를 심어 열매를 맺기까지 6 년이 걸린다. 당도가 높고 맛있는
열매를 맺기 위해서 기후가 중요한데, 적당한 비와 좋은 날씨가 필수 적이다.
농장에 서식하는 동물들은 농사에 큰 도움이 된다. 벌들이 꽃가루를 나무들에게
날라 주는 일이 한주간 사이에 이루어지고 기후가 좋아야 크고 맛있는 사과를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