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9 - Thursday Colu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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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따라 바람 따라

      벌써 네 시간이나 지났다. 새벽부터 일어나 산 떠미처럼 쌓아놓은
짐 상자들을 땀을 뻘 뻘 흘리며 뒤지고 찾았다. “이게 어디 갔지?
이 삿짐 옮길 때 내버린 것 아니야!” 아무리 찾아도 나오질 않는다.
“찾는 것은 언제나 마지막 찾는 곳에서 나오더라. 조금만 더 찾아
보자.” “찾으면 고만 찾으니까 언제나 마지막 곳이 되는거지…”
혼자 중얼 거리며 아무리 찾아도 나오질 않는다. 오랜동안 이번 여행을
위해 미리 미리 생각 나는대로 필요한 것들을 빠짐 없이 사서 준비해
이삿 짐에 섞이지 않도로 마지막 까지 신경을 썼던 상자였다.

      아내와 함께 미국을
횡단해서 알라스카 끝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자동차
여행이다. 15 년 전에 12,000
마일을 28 일에 걸쳐 했던 여행
이번에는 은퇴도 했으니 조금
여유를 가지고 6 주에 걸쳐
다시한번 하기로 계획했다.
“여보! 당신 조상 중에 운전 못해 한 맺친 분이 있소?” 여행 중에
아내가 한 말이었다. 어떤 때는 하루에 16 시간 800 여 마일을
운전하기도 했던 여행이었다. 힘들고 지루하기도 한 여행이었는데 또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바쁘고 힘들게 살던 일상을 떠나 아내와
둘이서만 차로 하는 여행이 가져다 주는 자유와 신선한 매력
때문이었다. 하루 종일 전화 한통 없는 자유함, 책상위에 쌓여있는
서류도 없고 TV 도 없고 나를 찾는 사람도 없는 자유함을 눈 앞에
끝이 없이 펼쳐진 길과 자동차 안의 작은 공간에서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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