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1 - Thursday Colu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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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어버리는 삶의 예술
나는 잘 잊어버리기로 소문난 사람이다. “목사님은 잘 잊어
버리신다면서요?” 라 성도들이 질문하면 당혹스럽다. 나는 대답한다
“다 잊어버리는 것은 아닙니다. 꼭 기억해야 할 것을 기억하기 위해
잊어버리는 것 들이 많지요.”
은퇴 소식이
알려지니 지역 한국 TV
방송사의 초대석에서
인터뷰를 청해왔다.
여러가지 질문과 대답이
오갔다. 마지막에 나를
당황하게 한 질문이
있었다. “목사님, 목회
하시면서 가장 힘들고
어려웠던 일을 말씀해
주시지요.” 얼른
생각이 나질 않는다. “글쎄요. 아름답고 좋은 일들이 너무 많아 그런
일들은 생각 나질 않는데요.” 집에 오면서 차 안에서 그 질문과
즉흥적으로 나온 나의 대답을 다시 되 씹어 보았다. 생각해 보려 해도
어렵고 힘든 그런 일들이 차 안에서도 기억에 떠오르지 않는다. 왜
나에게 그런 일들이 없었겠는가! 단순히 기억할 수 없을 뿐이다.
결국 그런 일들을 기억할 수 없으니 나는 참 행복하게 산 사람이구나!
“잊을래야 잊을 수 없다” 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잊으려고
노력하는데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결국 노력하는 동안 다시
기억하고 또 다시 기억하고 있는 것인데. 기억하지 않으면 잊혀진다.
오래 기억하지 않은 사건들은 생각하려해도 할 수 없을만큼 내 기억
속에서 멀리 떠나버리고 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