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1 - Thursday Colu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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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이 발생했다. 전쟁과 종교간의 갈등을 보며 그는 민족이나 종교나 이념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자신도 한때는 터키놈 그리스놈 불가리아놈 하며 인간을 차별했다. 조국의 이름을
빌려 마을을 불지르고 강도짓을 하고 강간을 했다. 사람을 죽이고 일가족을 몰살하기도
했다. 그때 사람이 조국이나 종교에 집착하면 짐승처럼 악해지는 것을 경험했다.

       이제는 국적이나 종교에 의해서가 아니라 인간성을 보며 좋은 사람인가 나쁜
사람인가를 구별할 뿐이었다. 더구나 나이가 들면서 좋은 사람 나쁜 사람으로 구별하지
않았다. 인간을 불쌍한 눈으로 보며 따뜻한 마음으로 정을 나누고 사랑하고 살아갔다.

       조르바는 인간의 고통에 마음 아파했다. 과부들이 농락당하는 것을 참지 못하고
대적했다. 때로는 불의에 분노하고 불가항력 적인 힘 앞에서 포기하지 않고 싸웠다.

       조르바는 나무, 바다, 돌, 하늘을 나르는 새들을 바라보고 감탄했다. 새로운
마음으로 사물을 대하니 모든 것이 경이롭고 기적으로 다가 왔다

       아름다운 꽃들과 태양과 신선한 바람—주위의 녹색의 신비가 천국인 듯 했다.
신선하고 상큼하고 소박한 희열이 하나님의 품처럼 느껴졌다. 하나님이 시시각각 형상을
바꾸어 나타나셨다. 하나님은 한 잔의 물이기도 하고, 무릎 위에 뛰어 노는 아이나,
아름다운 여자가 되기도 하고, 평화로운 아침 산책이기도 했다.

       행복이라는 것은 포도주 한잔, 밤 한알, 허름한 화덕, 바다 소리 같은 매우 단순하고
소박한 것 임을 깨달았다. 지금 이 순간이 행복이었다.

       어느날 갑자기 강풍이 몰아쳤다. 공들여 쌓았던 철탑이 통째로 무너졌다. 사고로
고가선과 수례등 물질적 피해가 컸다. 수출할 물건이 하나도 없었다. 더구나 노동자들도
죽었다. 한 순간에 모든 수고가 거품이 되었다.

       모든 일들이 끝장이 났을 때
조르바는 오히려 진정한 해방감을
맛보았다. 실패와 운명에 굴복하지
않고 인내와 용기를 가지고 견디어
냈다. 그때 긍지와 환희를 느끼며
행복을 경험했다.

       그리스인들이 지혜를 모아
오늘의 위기를 극복하고 자유를
누리며 풍요로운 삶을 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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