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7 - Thursday Colu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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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도 여러번 먹었고, 한국에 대한 관심이 있다,”고 한적이 있는데 그것이 계기가 되어
서울로 발령이 났는가 보다고 했다.

       조앤의 막내딸 조안나는 우리집 애린과 같은 4 학년이라 방과 후에는 우리 집에 와서
놀고 숙제도 하고 교회도 함께 다녔다. 밥도 잘 먹고 한국말도 배워 “아빠, 엄마, 안녕”
하며 재롱을 부렸다. 그 당시 조앤은 가장 어려운 때를 보내고 있었다. 이혼 과정에
있었고 딸 셋과 어렵게 살아 갔다. 동네 상점에서 파트 타임으로 그리고 초등학교에서
보조교사로 일했다.

       교회에서 Disciple Bible Study(연합감리교 출판)를 시작했는데 조앤도 참가했다.
공부시간에 말이 적고 대체로 조용했다. “용서”라는 주제를 공부할 때였다. 시간이
거의 끝날 때 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용서를 받아 들이기가 매우 어렵다,”고 했다.
한 동안 침묵이 흘렀다. 왜, 아니겠는가? 자신 뿐 아니라 가족을 불행하게 한 사람을
어찌 쉽게 용서할 수 있겠는가? 나도 가슴이 아팠다.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용서는 또한 자신을 위해서 하는 것,” 이라고 하며
성경공부를 마쳤다. 그때가 추운 겨울이었다. 바람이 차고 힌눈이 주위에 소복히 내리고
얼음이 깊게 얼었다. 용서는 얼어붙은 마음도 녹일 수 있으리라.

       얼마 후 나는 한인교회로 파송을 받고 이사를 했다. 교회를 섬기는 동안 성가대
지휘자가 가정일로 한국을 방문했다. 귀국 예정일이 지났는데 지휘자가 돌아오지를
않았다. 서울 미 대사관에서 비자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남편이 두루에서
학생신분 증명도 보냈으나, 비자가 나오지 않았다. 한달이 그렇게 지났다.

       조앤이 서울 미 대사관에 근무하는 것이 생각났다. 전화를 걸어 사정을 이야기 했다.
조앤은 “이런 일이 빈번해 기대하기가 힘드나 하여튼 상사에게 사정을 이야기 하겠다”,
고 했다.

       한주가 지나고 지휘자에게서 미국 비자를 받았다는 연락이 왔다. 조앤의 도움
인지는 모르나, 어려울 때 사정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것이 다행이었다.

       요한복음 8:1-11 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 중 하나다. 음행중에 잡힌 여인이
예수 앞에 끌려 왔다. 율법에 따라 돌에 맞아 죽임을 당해야 했다. 예수께서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에게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하시고, 죽음의
공포에 떨고 있는 여인을 향하여,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노니 가서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 하시며 자유케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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